종로에는 정말 맛집이 많습니다. 다른 지역 대비 종로 맛집은 좀 더 한식 위주이고 노포가 많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아마도 제가 당장 손꼽을 수 있는 곳만 대략 50이 넘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끔 아무 생각없이 먹을 수 있고, 먹다 보면 끝도 없이 들어가는 백반 한상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요. 종로 5가 광장시장에서 30년째 영업하고 있는 승우네 식당이 그런 곳입니다. 굳이 그리운 집밥이니 엄마의 손맛이니 하는 다소 식상한 표현을 쓰지 않아도 이 집에서 한번만 식사를 하시면 이 곳의 팬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찌개와 모든 반찬이 메인요리인 백반맛집 - 승우네식당
서울 종로구 종로 190-4 지상1층 승우네식당
영업시간: 07:00~15:00, 광장시장이 쉬면 이 곳도 쉼, 일요일 휴무, 아침식사 가능
목차
가게 소개 (위치, 주차장 등)
종로 광장시장 골목에 위치
승우네 식당은 1호선 종로5가역 8번 출구에서 약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골목 안쪽에 있습니다. 종로에 있는 노포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이렇게 좁고 약간 허름해 보이는 골목에 가게가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들여다보면 바로 거기에 맛집이 있습니다.
종로 맛집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만 대부분 가게들은 주차장이 여의치 않습니다. 이 곳은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으로 오시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광장시장 주차장을 이용하실 순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밤새 눈도 왔고 날씨도 쌀쌀한게 그냥 이유없이 백반이 땡겼습니다. 종로에 온 김에 승우네 식당을 찾았는데요. 허영만 선생님의 백반기행에도 소개되었던 집인데 아는 사람들만 알음알음 찾아오는 식당이라 생각하셔도 되겠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30년의 세월이 사진 한장으로 잘 전달될 것 같습니다.
가게 안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일단 문을 열면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확 코로 들어옵니다. 의자가 있는 테이블은 하나 뿐이고, 신발 벗고 올라가야 하는 구들장에 작은 테이블이 4개 놓여 있습니다. 천장은 낮고 이것저것 짐들도 많은 것이 전형적으로 오래된 우리나라 노포의 모습입니다.
신발을 벗는 건 좀 번거롭지만 눈도 내리고 날씨도 꽤나 쌀쌀했는데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있으니 몸이 살살 녹습니다.
허영만 님의 백반기행에 소개된 지도 꽤 오래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곳을 소개하는 홍보활동이라곤 이거 한 번밖에 하신 적이 없는 듯 하구요. 가게 곳곳엔 이렇게 백반기행 출현 내용만 붙어 있습니다. 굳이 더 홍보되지 않아도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손님과 시장 배달주문을 처리하기에도 꽤 힘드실거라 생각합니다.
메뉴는 딱 4개 + 제육과 오징어볶음이 추가되는 셋트메뉴 2개
이곳은 일단 기본적으로 백반 밖에 없습니다. 백반기행에서 우거지찌개가 유명해졌는데 다른 찌개들도 다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찌개메뉴는 돌솥밥과 잘 만든 반찬들이 나오는데, 오른쪽에 보시는 것처럼 제육과 오징어볶음을 곁들이는 셋트메뉴가 있습니다.
그래도 고기반찬 하나쯤 메인으로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시면 추천메뉴로 주문하시면 되겠는데요. 모든 찌개 메뉴가 기본 이상이라 처음 가신다면 심플한 백반으로 한끼를 즐겨 보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가게가 좁고 일하시는 분들이 몇 분 되지 않아서 물이나 먹고 난 자리를 치우는 건 다 셀프입니다.
입구쪽에도 메뉴가 붙어 있는데 아주 간결하게 찌개 4가지만 나와 있습니다. 메뉴가 적은 식당이 맛집이라는 건 다들 아시죠? 살살 기대가 됩니다.
음식 소개
모든 반찬이 메인요리
저는 된장찌개 백반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여긴 우거지 찌개가 유명하다지만 개인적으론 모든 찌개가 다 좋습니다. 그냥 좋아하시는 걸로 주문하셔도 큰 문제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돌솥밥과 찌개를 덜어먹을 스뎅그릇과 누룽지용 뜨거운 물이 먼저 나왔습니다. 음식을 미리 만들어두지 않고 주문을 받고 하시는 걸로 보이는데, 밥이 나오는데까지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래도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면 충분히 기다릴 수 있죠.
기다리던 밥이 나왔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반찬 5가지와 된장찌개, 그리고 돌솥밥이 다인데요. 그냥저냥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백반이기도 하지만, 드셔보시면 절대 평범한 백반이 아닙니다.
사진보다 동영상에서 훨씬 맛이 잘 전해질 것 같습니다. 잘 무쳐서 새콤하면서도 감칠맛 폭발하는 무생채 무침과 숙주나물, 별치볶음, 김치에 두툼하게 말아놓은 계란말이, 그리고 넉넉하게 담아주신 구수한 된장찌개에서 김이 모락모락 납니다.
돌솥밥 양이 꽤 많습니다. 이렇게 수북히 채운 밥이 2그릇 넉넉하게 나옵니다. 물은 당연히 돌솥에 부어서 누룽지를 만들어야죠. 처음에 밥을 보면 좀 많아서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은데,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밥도 반찬도 다 맛있고 간도 딱 좋아서 술술 들어갑니다. 이거 다 먹겠나 싶었는데 저랑 와이프 둘 다 밥을 싹싹 비웠습니다. 무생채가 특히 맛있었고, 된장찌개도 간이 슴슴하면서 애호박이 들어가서 달착지근한게 손이 계속 갑니다. 한식 좋아하시고 백반 좋아하는 분들은 싫어할 리가 없는 한상입니다.
반찬은 아마도 주인장 마음대로 자주 바뀔 것 같습니다만 손맛이 좋으셔서 어떤 반찬이 나와도 괜찮을거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기본반찬의 느낌이 아니라 찌개와 반찬이 전부 메인요리 급이라 기분좋게 끝까지 맛있게 드실 수 있습니다.
먹는데 너무 심취해서 중간중간 반찬들을 하나도 찍지 못했네요. 대신 전체 샷을 하나 더 올려 드립니다. 맛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사진만 봐도 침이 넘어갑니다.
가끔 그리운 백반한상
네, 압니다. 물가도 비싸고 주머니 사정도 어려워져서 외식하는 게 쉽지 않은 시기입니다. 그래서 외식 한번 할때면 좀 더 특색있고 깔끔하고 좋은 곳에서 그래도 고기 좀 올라오는 식사를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요즘 외식메뉴들은 대부분 간도 세고 모양들도 화려한데요.
백반 치고 1인분 만원이라는 가격이 왠지 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만, 이렇게 반찬 하나하나 정성스럽고 넉넉하게 담아주시는 백반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평범한 밥상이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제일 어려운 밥상일 수도 있어서 이 가끔 맛있는 백반을 만나면 개인적으론 참 기분이 좋습니다.
뭔가 감성적인 말들을 많이 적었습니다만, 꽤나 좋은 밥상입니다. 한번은 경험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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