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미신이나 풍수지리를 믿는 것은 아닙니다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운 좋은 곳이 어디냐 묻는다면 조선 왕조를 모시는 '종묘'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일반인들도 묘자리를 볼 때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땅을 고르는데, 조선 왕조 25명의 왕들을 모시는 '종묘'는 얼마나 기운 좋은 땅이겠습니까
종묘는 역대 조선 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으로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유홍준 교수는 종묘가 화려한 장식없이 단순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아름다움으로 한국 문화 유산의 정수이며 세계적으로도 독특하고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종묘는 특히 가을이 아름다워 지금 시기에 다녀올 수 있는 가장 좋은 관광지 중 하나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종묘에 대해서
조선시대 궁궐들이 모두 아름답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종묘는 심플하면서도 아름답고 장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조선시대 문화유산 중에서도 독보적인 건축물이라 생각합니다. 종묘는 조선 시대 왕과 왕후들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총 25명의 조선 임금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종묘는 지하철역 1호선, 3호선, 5호선이 만나는 종로 3가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으로도 충분히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라,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또한 매년 5월 첫째 주 일요일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종묘제례가 열리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보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종묘 맞은 편은 이렇게 시원하게 뚫린 길과 그 시선 끝에는 서울 종로의 높은 빌딩들이 나타납니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모습이 매우 조화롭고 평화로운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종묘를 둘러싼 돌담길도 정말 아름답고 산책하기 좋습니다. 종묘 안쪽만 보시지 마시고 꼭 주변 돌담길을 한번 둘러 보시기 바랍니다.
종묘는 크게 1) 제사 예물을 보관하는 향대청, 2)왕과 왕세자가 제례를 준비하던 재궁, 3)종묘제례에 필요한 음식을 마련하는 전사청, 4)왕과 왕비의 신수를 모시는 정전, 5)모셔야 할 신수가 늘어 추가로 지어진 영녕전으로 구성됩니다.
각 건축물을 보시는 것도 좋지만, 종묘 안 길과 주변 조경이 소박하면서도 너무 아름다워 잠깐 힐링받는다는 느낌으로 둘러보시는 것도 충분히 좋습니다. 저는 오늘 각 구조물에 대한 설명보단 산책의 아름다움을 보여 드리는데 집중해 보려고 합니다.
종묘를 걷다
종묘 입구로 들어서면 간단한 안내 표지판과 함께 오른쪽으로 정전으로 향하는 길이 나타납니다. 잘 정리된 흙길 좌우로 가을 단풍들이 너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나무들이 뿜어내는 시원한 가을기운에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느낌입니다.
이번 가을에 볼 수 있었던 가장 아름다운 단풍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란색과 붉은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올해 가을은 짧았고 내일부터는 갑자기 추워진다고 합니다만, 이 나무 하나로 가을을 충분히 즐긴 느낌입니다.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요즘은 주변에서 이런 감나무를 보는 게 쉽지 않죠. 감이 너무 무거워 보여서 아마도 조만간 많이 떨어질 것 같네요.
왕과 왕세자가 제사를 준비하는 재궁의 모습입니다. 종묘 전체가 유교사상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 건물들이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편입니다. 방안에 있는 병풍에 세겨진 무늬들이 뭔가 귀여운 느낌이네요. 경건한 마음으로 제사를 준비하는 목적에 맞게 장소도 정말 필요한 공간 정도로 구성된 것 같습니다.
재궁을 지나 정전으로 가는 길에도 가을이 한창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뭔가 그냥 단풍이 아름답다는 느낌에 더하여 뭔가 차분하고 신성한 느낌이 있습니다. 아마도 종묘라는 공간에 대한 사전 지식때문에 어느 정도 왜곡된 느낌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길을 걷다보면 마냥 가을산책 이상의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있습니다.
종묘의 절정, 정전을 보다
종묘의 진수이자 절정인 정전에 도착했습니다. 약 100m에 달하는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건물이 신성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건물의 용도를 모르고 보시는 분들도 아마 뭔가 다른 장소와 다른 묵직한 공기의 무게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건물에는 총 49위의 왕과 왕비의 신주를 봉인하고 있으며, 그 중 19위가 왕의 신주입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분들이 잔뜩 모여 계신다는 건데요. 왕이 직계상속되는 구조였습니다만, 조선을 다스리던 왕의 기운이라는 게 그냥 일반인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입니다.
정면 쪽에서 찍은 정전의 모습입니다. 왼쪽 편에 '신로' 혹은 '신향로'로 불리는 조상신들이 다니는 길이 보입니다. 이 길은 가급적 일반인들이 걷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건물의 단순한 수평선 구조에서도 뭔가 장엄한 기운을 느끼게 됩니다.
바닥에 깔려있는 돌은 '박석'이라 부릅니다. 유홍준 교수님의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이 돌은 화강암의 일종인데 큰 돌을 얇은 판자처럼 얇게 잘라서 사용하며 빗물이 잘 빠지고 여름의 강한 햇빛이 잘 반사되지 않아 눈을 보호하며 일정하지 않은 모양으로 잘라진 모양 때문에 바닥이 단조롭지 않고 아름답게 표현됩니다.
정전 앞쪽으로 넓게 펼쳐진 마당이 절대 허전해 보이지 않고 건물과 잘 어우러져 '여백의 미'를 느끼게 합니다. 정전을 바닥보다 조금 높여서 좀 더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이 곳은 박석 때문에 여름 비가 내릴 때 오시면 박석이 물에 젖었을 때 나타나는 독특한 바닥색을 보는 재미가 있는데요. 겨울에 눈이 소복히 쌓였을 때 오시면 위와 같은 또다른 장관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건 제가 찍은 사진이 아니라 궁농유적본부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마치며
이제 한달 뒤면 2024년에 끝나고 2025년이 시작됩니다. 새해에 좋은 기운을 받으러 해돋이 명소들로 많이들 가시는데요.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성하고 기운좋은 장소인 종묘에서 조선시대 왕들에게 좋은 기운을 받아 보시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전, 가을 막바지에 서울 시내에서 이렇게 좋은 가을경치와 멋있는 구조물을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종묘는 매우 멋진 곳입니다. 한번쯤 꼭 방문하셔서 조선시대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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